책상 위의 세상 40

글 쓰는 글감과 솜씨가 셰프의 요리와 닮은 까닭

글을 쓰는 사람은 셰프, 즉 요리사와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리사가 여러 재료를 조합해 하나의 음식을 완성하듯 글 쓰는 사람도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엮어 한 편의 글을 만들어냅니다. 재료가 다양하면 만들 수 있는 음식도 많아집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에 활용할 정보와 경험이 풍부할수록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다양해집니다. 재미있는 소설에 등장인물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추리소설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각자의 사연과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사건이 복잡하게 전개됩니다. 인물이 많으면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치밀하게 구성될수록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글쓰기도 닮은 측면이 있습니다. 글감이 많을수록 글의 맛이 좋아집니다. 현장에 가고, 들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필요한 자료를..

봄비와 가을비의 상반성과 여름비와 겨울비가 아닌 까닭에 대해

이른 아침에 비가 내립니다. 사실 모두 잠든 새벽부터 오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비에 각각 저마다의 다른 이름과 감성을 담아 불렀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비'가 있고, 찬 바람과 함께 쓸쓸한 감성을 전해주는 '가을비'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문득 비에 관한 이름들을 가만히 톺아보다가 한 가지 흥미롭고 아련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비와 가을비처럼 계절의 이름을 정답게 붙여 부르는 이름이 있는 정작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에는 '여름비'라는 표현 대신 '장마'나 '호우'를 쓰고, 겨울에는 '겨울비' 대신에 '눈'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습니다.그 단순한 이름의 차이 속에는 어쩌면 우리가 지나온 삶의 녹록함과 자연을 보는 지혜와 관습이 녹아있는지도 모릅니다.비가 여름에 장마로, 겨울..

기다림의 미학인가 인내심 테스트인가, 되레 창작의 즐거움 선사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어딜 가나 기다림이 필수인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인구가 밀집된 도심에서는 식당을 가더라도, 병원이나 공공기관을 찾더라도 길게 늘어선 줄과 마주하는 것이 어느덧 당연한 일상이 됐습니다.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과거에 비해 시민 의식이 신장되면서 새치기나 무질서로 인한 혼잡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저마다 순번표를 손에 쥐고 자신의 순서를 조용히 기다리는 모습 속에서 성숙한 사회적 약속을 확인하게 됩니다.하지만 무작정 흘러가는 시간을 견뎌내는 일은 여전히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곤 합니다. 오늘 오전에 꼭 처리해야 할 금융 용무가 있어 은행을 찾았다가 마주한 대기표 숫자가 가슴을 턱 막히게 만들었습니다.대기 인원 18명이 안겨준 기다림의 지루함과 시간의..

취임 100일 맞은 경기 지자체장 지역발전·비전 ‘한목소리’

수원·고양·파주·의정부 시장, 공약·구상 기틀 다져 공통 목표 지향 ‘따로 또 같이’… 시정 행보에 박차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100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과 고양·파주·의정부의 시장들은 최근 일제히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현장 행보를 통해 공약과 구상을 점검하고 지역발전의 시정 비전을 천명했습니다. 지자체장의 취임 100일은 제시한 많은 공약과 구상들이 현장에서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연착륙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평가대입니다. 또한 향후 4년간 경기 지역 행정의 향방을 예측하는 가늠쇠이기도 합니다.이번 취임 100일 회견에서 마주한 네 곳의 지자체장의 행보는 ‘지역 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지향하면서도 각 도시가 처한 지리적, 구조적 현실에 따라 사못 다른 모습을..

사람의 약속, 지켜야 할 것과 지키지 말 것

살아가면서 지키는 ‘질서’…구실·핑계·변명에 밀려선 안 돼 우리는 살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약속을 합니다. 말로 하는 약속부터 문서ㆍ온라인 등 방법은 달라도 약속은 이어집니다. 약속은 글자 그대로 맺고 묶는 의미입니다. 서로의 관계 맺음을 흩어지지 않게 묶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약속은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만큼 중요성이 있습니다. 서로의 말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잡아 두는 행위에 가까운 표현이기에 그렇습니다. 약속을 뜻하는 한자를 보면 맺을 약(約) 묶을 속(束)입니다. 約은 뜻을 나타내는 ‘실 사’와 소리를 나타내는 ‘구기 작’이 결합한 글자입니다. 실로 물건을 묶거나 관계를 잇는 이미지에서 ‘맺다’, ‘약속하다’라는 뜻이 비롯됐습니다. 束은 나무에 묶은 끈을 그려 만든 글자..

서두를수록 막히는 도로 위의 역설, 삶의 템포 돌아보기

뭐든지 반대되는 ‘머피의 법칙’에 기분·감정 상해 일상의 조급함이 부르는 ‘자신의 굴레’ 넘어서야 바쁜 아침 길을 나설 때마다 이상하게도 평소보다 신호등에 더 자주 걸리고 도로가 막히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차선을 바꾸면 옆 차선이 더 빨리 빠지고·급한 마음에 서두르면 꼭 사소한 실수가 터져 일이 꼬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일이 기대와 반대로 풀리거나 불운이 겹치는 현상을 우리는 ‘머피의 법칙’이라 부릅니다. 머피의 법칙은 1949년 미국 공군 시험비행 기지에서 근무하던 에드워드 머피 대위의 발언에서 유래했습니다. 당시 중력 가속도 실험을 진행하던 중 한 기술자가 감지기 배선을 모두 반대로 연결하는 오류를 범하자·머피 대위가 “어떤 일을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그중 하나가 재앙을 가져온다면·누..

가을은 왜 지나간 뒤에야 아름다웠다고 할까

뜨거웠던 여름이 물러난 자리에 어느새 가을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지나온 시간도 돌아보게 돼 아침저녁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문을 열면 후끈한 공기가 먼저 밀려들었는데 이제는 제법 서늘한 바람이 들어옵니다. 한낮 햇볕에는 아직 여름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그늘에 들어서면 계절이 이미 한 걸음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나무도 먼저 알고 있었습니다. 온통 초록이던 잎 사이에 노란빛 하나가 끼어들고 어느 나무에는 붉은색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단풍이라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가을은 그렇게 소리 없이 자기 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드는 생각입니다. 왜 우리는 계절이 지나갈 때가 돼서야 그 계절이 아름다웠다는 것을 알게 될까요.그렇게도 더웠던 여름도 지나고 나면 추..

빠른 세상에 천천히 사는 것도 용기가 되는 세상

속도가 능력인 시대… 빠르지 않는다고 뒤처지는건 아닐 것 인생 후반부에는 속도보다 방향을 다시 바라볼 필요도 있어 세상이 너무 빨라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사이 쌓인 뉴스부터 살핀다. 휴대전화에는 읽지 않은 메시지가 기다리고 있고, 인터넷에서는 몇 시간 전에 나온 정보조차 벌써 낡은 것이 된다. 음식은 주문하면 곧 도착하고 물건은 오늘 주문해 내일 받는 것이 당연해졌다. 인공지능에게 글을 부탁하면 몇 초 만에 문장이 쏟아진다. 예전에는 며칠 걸리던 일도 이제는 몇 시간, 때로는 몇 분이면 끝난다. 편리한 세상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간을 그렇게 많이 절약했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빨리 끝냈으니 여유가 생겨야 하는데 그 빈자리에 또 다른 일이 들어온다. 시간을 아낀 만큼 삶이 느긋해..

파주 평화경제특구는 이제 ‘지정 이후’를 물어야 한다

특구 ‘간판’ 보다 실제 투자·일자리 이어지는 실행력이 중요 파주시가 평화경제특구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경기도는 파주지구를 평화경제특구 1차 후보지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통일부와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파주시는 이에 앞서 전략환경영향평가서·광역교통 개선대책·재해영향성 검토 등 필요한 절차를 준비했다. 행정절차의 진전이나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다. 149만 평, 약 492만㎡에 달하는 기업 입주의향서다. 특구가 지정돼도 들어올 기업이 없다면 넓은 부지는 지도 위 색칠에 불과하다. 파주시가 특구 지정 이전부터 기업 수요 확보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평화경제특구 기업 수요 확보 나서… 지정으로 끝나선 안 돼 한국의약품유통협회·한국기후테크협회·한국인공지능협회와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인생은 총천연색, 나무에게서 사람을 보다

울긋불긋 물드는 공원길에서 만난 가을 계절은 흘러도 푸른 열정은 그대로 남아 휴일 아침 운동 삼아 공원 산책길에 나섰습니다.늘 걷던 길인데 이날은 나무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초록 일색이던 잎 사이로 노란빛이 번지고 군데군데 붉은색도 섞였습니다. 어떤 나무는 제법 가을색이 짙어졌습니다.가을입니다. 계절의 흐름을 유수(流水)에 비유하곤 합니다. 흐르는 물처럼 세월도 멈추지 않는다는 뜻일 겁니다. 폭염경보가 내리던 무더위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자연은 가을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습니다.자연의 변화는 볼 때마다 경이롭습니다.봄이 되면 새싹이 돋고 여름에는 잎이 무성해집니다. 가을에는 노랗고 붉게 물들었다가 겨울을 앞두고 잎을 내려놓습니다. 누가 때를 알려주는 것도 아닌데 계절을 잊는 법이 없습니다.그래서..